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아침 출근 버스 안
손가락 마디 7군데가 잘려 나간 늙은 노동자를 보았네
엄지손가락 하나 남은 오른손
손잡이를 간신히 잡고 있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몸 전체가 위태했네
참혹한 고통이 지난 이후에도
살아남은 몸은 일자리를 찾아 헤맸네
늙은 노동자 잘려나간 손마디가 더욱 붉네
잘려나간 손마디의 통증처럼
그라인더 공의 아침, 굳어진 손 마디마디의 통증이 닮아 있네
저 잘려 나간 붉은 손마디가
인간과 일하는 소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서러움과 분노를 닮아 있네
힘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네
늙은 노동자 부끄러이 손 감추지 않았네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네
조용하다고 분노가 없겠는가
조용하다고 희망을 잃었겠는가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빛을 오히려 부끄럽게 하는
허튼 구석 하나 없는 저 몸짓 속에서
마지막을 미리 생각하지 않는 노동자의 자존심이
새살처럼 자라나고 있었네
고통의 내면까지 닮아 버린 우리는 하나
현장으로 출근하는 내 가슴에
잘려 나간 손마디, 붉은 마음이 들어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