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진이 빠진 노동자들이 식당 앞에 길게 늘어섰다
쇳가루처럼 검고 단단한 얼굴들
관리자들은 식당 앞의 노동자들을 12시 정각까지 정지시킨다
밥알 같은 서러움이 목구멍을 꽉 막아버린다
싸락눈 나려 눈가에서 녹는다
페인트 묻은 얼굴과 손에 묻은 쇳가루를 닦으며,
산발한 머리카락을 훔치며
신협이가, 상홍이가, 수덕이가 밥을 먹는다
미친 듯이 밥을 먹다가 마주치는 눈빛들
한꺼번에 웃는다
이 따뜻함을 몸은 안다
이 따뜻함이 우리를 강하게 할 것이다
파김치가 된 몸으로
미친 듯이 밥을 먹다가 함께 웃는다
죽음에 직면한 육체에서 피어나는
이 웃음, 웃음
절망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