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풀죽어 가지런히 그릇에 담긴
파김치
너의 모습
무서운 인내다
삶이 뿌리째 뽑히고
삶의 뿌리가 잘리고
몸 전체가 가지런히 다듬어지고
몸 전체가 멸치 액젓에 저려지고
몸 전체가 고춧가루에 버무려 진,
그러나
죽음 같은 침묵 속에서도 몸 전체로 익어 가는 맛과 향기
죽음 같은 침묵 속에서도 몸 전체로 밀고 가는 삶과 희망
하루 종일 입안을 얼얼하게 하는 날
너의 속내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