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때로는 낡고 진부한 가을
매일 걷는 길을 혼자 걸어간다
낙엽은 자기 몸의 가는 선을 통해
지나온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고통, 인간적 슬픔
뿌리 깊은 상처가 과연 거름이 될 수 있을까
난 잠시 멈춰 위치를 물었다
산책은 아주 미세한 바람의 속도조차
놓치지 않기 위한 긴장이어야 한다
나무는 어제와 같은 자세로 살·아·있·었·다
난 항상 보이지도 않는, 소리 소문도 없는 나무의 성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 그래 가끔 아주 가끔, 나무는 우체부처럼 자신의 성장을 전하기도 하지
그러나 내가 끊어질 것 같은 긴장으로 注視하지 않으면
정말, 작은 답신조차 받지 못한다
막, 숲을 비집고 들어서는 마지막 가을 날 빛
나무의 나이테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지난여름, 어설픈 열정에 새잎 다 상했어도
나무는 벌써 그 단절의 힘으로 살아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곳에서조차 살아
빛 바람, 숨쉬는 모든 것들을 불러모아
공공연하게 새로운 삶이 되고 있다
나무의 성장은 직선이 아니다
모든 방향이 그 자체로 살아 서로를 살리고 있다
그리하여 가지는 언제나 뿌리를 향해 열려 있다
나무는 삶의 모든 방향으로 뻗어 가 집중된 조직이다
뿌리가 줄기가 되고 줄기가 뿌리가 되어
하나가 된 힘이다
나는 숲을 비집고 들어서는 가을, 그 낯설고 生生한 빛 속에서
삶의 모든 방향이 연어 때의 은빛 물결처럼 살아서 가는 길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