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현장에 버려진 나무 동가리들을 모아
모닥불을 피운다
매캐한 연기에 눈 비비며 모닥불 주위로
몰려든 농한기의 사람들
지난밤, 창고에 쌓아 둔 사과가 썩어 가듯
취기에 병이 깨지고 쓰리고 피박에
욕지기가 나오고
자신의 속살을 파내며,
사람들은 이렇게 라도 자신의 삶을
견디고 있는 것인가
사람들의 핏발 선 눈으로 떠오르는
입동 지난 아침햇살,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가지 사이에서
잎잎이 떨어진다
모닥불이 타오른다
속으로만 삭여
굳은살 박힌 세월 속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자신의 내력으로 밝히며 타오른다
모닥불이 덥혀 논 이 자그마한 공간이
통증 같은 겨울을 견디게 하리니
버려진 것들은 가늠하기 힘든 불씨를 지니고 있다
모닥불이
절정을 향하여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