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그래도 현중사내하청 노조 사무실이
울산대학 병원 가까이에 있어
제일 먼저 달려갔는데
얼굴과 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
상반신에 붕대를 칭칭 감고
생살에 스며든 화기
그 고통에 절규하며
물을 뿌려 달라
마취제를 놓아 달라는
동지를 부여잡고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형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어”
우는 동지를 부여잡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제발 죽지 말라고 함께 우는 수밖에
달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더 이상 열사를 꿈꾸지 말라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10번, 20번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해도
사측 구사대의 폭력에 위축되어
어쩔 수 없이 라인 타러 가는 동료의 야윈 등을 보았다 해도
사측 구사대들에 의해 내 동지의 머리통이 짓밟히고 깨졌을 때
정규직 집행부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해도
더 이상 열사를 꿈꾸지 말라
죽어도 열사를 꿈꾸지 말라
10번, 20번 생각해도 방법이 없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동지이다
정말 죽어라고
10 사람을 10 명의 동지로
20 사람을 20 명의 투사로
일어서게 해야 한다
내가 10 사람의 동지로 서고
내가 20 사람의 투사로 서야 한다
대구 푸른 외과 병동
소식 듣고 한 달음에 달려온 동지들
죽음을 통과한 웃음으로
오히려 “미안하다”고 위로하는 최남선 동지여
온 몸으로 단결을 부르는 최남선 동지여
온 몸으로 연대를 부르는 최남선 동지여
동지의 가슴에 피 눈물이 맺힌 만큼
새로운 10사람이 새로운 10 명의 동지로 설 것이다
동지의 심장에 분노보다 빛나는 (노동해방) 사상이 맺힐 때
새로운 20 사람이 새로운 20 명의 투사로 설 것이다
동지가 지펴 올린 분노의 꽃, 그 절정의 해방꽃
물푸레나무 연초록 따뜻함으로 살아
이 시대 가장 아름다운 모습,
비정규직 투사, 노동해방 투사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기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최남선 동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