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농협으로부터 날아온 가압류 딱지가
아버지의 가슴에 붙었다
붉은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식당으로
일 나가고 없었다
아버지는 썰렁한 부엌에 홀로 남아
찬물에 밥 말아먹고
군불을 지폈다
마른 장작 타는 소리가
아버지의 가슴을 울렸다
낡은 처마 끝으로 몰려가는
현실의 견고한 저녁연기여
근육통의 마지막 햇살이여
저무는 하루가 이렇게 눈물겨운 것은
흙 묻은 손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다
아버지의 가슴이 뻘개지도록
군불이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