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환한 대낮
성인 전용 극장에서는
사람들의 눈빛이 불안해진다
서로의 눈빛을 애써 피해 보지만
너무나 쉽게 들켜 버리는 실업의 나날!
사람들은 감쪽같이 숨고 싶은 것이다
시작종이 울리면 다급하게 화면 속으로 들어간다
순간 네모난 화면의 사방 주위는 정지되고
사람들은 꼼짝달싹하지 못한다
자신을 표현할
자신을 해석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사타구니를 벌리는 여배우의 음탕한 웃음을
일방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여배우의 교태에
서둘러 성기가 부풀어올라야 한다
식욕의 시대는 갔다고
착취의 시대는 갔다고
화장실로 급히 달려가야 한다
환한 대낮
수음 뒤의 맥빠진 발걸음은
극장 문을 나서기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