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엘에이 피자 미아동 지점과 신세계 백화점 미아점 사이에 한미은행이 있다. 그는 한미은행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이다 그가 하는 일은 은행의 재산과 시설을 보호하고, 고객은 은행 없이도 살 수 있지만 은행은 고객이 없으면 존재 가치가 없음으로 모든 고객들에게 친절하고 성실하게, 고객의 사유재산을 성심껏 지켜 주는 일이다. 그가 하는 중요한 일은 문을 열고 닫고 강도들의 습격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다
노인들의 전표 작성을 도와주고 매장 안에 휴지가 떨어져 있으면 쓰레기통에다 주워 다 담고 손님과 강도를 구분하기 위해 한시도 주위 경계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꾸벅꾸벅 졸다가도 지점장이 툭, 어깨를 치면 그의 눈빛은 날카로워 진다. 그의 업무가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지점장의 말 한마디에 사명감마저 든다. 고생 많다는 지점장의 말 한마디에 그 동안의 불만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는 결코 한미은행 노동조합원이 될 수 없다. 그는 용역업체에서 파견 나왔을 뿐, 그만두라면 군말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월급의 10%를 용역비로 내야 하는, 방 값과 차비 밥값을 제하면 저축도 제대로 할 수 없는 한미은행에 근무하는 청원경찰이다. 그는 지점장의 말 한마디에 자세를 바로 잡고 눈에 불을 켠다. 그래도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것에 한없이 감사하다는 듯 경찰 배지를 조심스럽게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