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오늘은 어린이 날
면회도 없고 날은 기가 막히게 좋은데
봄볕에 기대 자본론을 읽는다.
1850년 하루 16시간의 죽음 같은 야간노동에 혹사당하고
돌아가는 기계 앞에 서서 밥을 먹어야 했던
맨체스터 방적공장 7살 어린 노동자
그 눈빛이 가슴에 와 박히는데
오늘은 봄빛 좋은 어린이 날
며칠 전 면회 온 안해는
문성이가 자주 아빠아빠 부른다는데
이젠 정말 “피가 땡긴다”란 말이
심장에 와 닿는 것 같다
안해가 넣어준 문성이 사진을 노트에 끼워 넣고
보고플 때마다 꺼내보곤 했는데
오늘은 1.03평 독방 벽에
봄빛처럼 웃고 있는 문성이 사진을 붙여 놓고
종일을 좋아서 나도 문성이처럼 웃고 지냈다
얼마 전 업무상 횡령으로 들어온 석훈이형은
가족사진을 보며
자신의 꿈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거란다
첨엔 그런 갑다 싶었는데
오늘 봄빛처럼 웃고 있는 문성이를 보며
이 말의 위력을 실감했다
오늘은 봄빛 좋은 어린이 날
1850년 맨체스터 7살 어린 노동자와
맑스 할배 사진 보여주면
좋아라고 내 품에 안기던 문성이를 생각하며
봄빛처럼 싱그럽게
봄빛처럼 여유롭게
봄빛처럼 따뜻하게
봄빛처럼 다함께
봄빛처럼 모두 다함께
그렇게 행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