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구치소도 사람 사는 곳이다
팔다리 가슴팍 등판에 온통 용문신을 한 강짜들도
행님요 사근사근 앵기는 모습을 보면
참 선하단 생각이 든다
내게 사진까지 보여주며
절도범 군대형은 세상으로부터
쭈쭈빵빵한 마누라를 훔쳤다고
자신이 한 일 중에 최고라고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도박으로 들어 온 영배형은 마누라 말고
애인 면회 오는 재미로 하루를 사는데
나가도 별 볼 일 없고
워쩌꺼나
한 탕 멋지게 해 불고 변호사 살 돈 솔찬히 챙겨
다시 와야건네 고민 중이고
하여튼 고향도 다르고 죄명도 다르고
들어온 사연도 다들 구구절절하지만
구치소 사람들이 구속된 공통된 사유는
“사유재산 침범죄”
사유재산은 신도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인데
신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영역을
밥 먹듯이 드나들고 겁도 없이 훼손한 구치소 사람들이
난 꼭 투사처럼 느껴지고
그들의 죄명은 이젠 하도 낡아 너덜너덜 해진
사적소유의 문패를 박살낼 슬로건 같다
불법도 마다 않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그들의 몸짓에 비하면
합법적으로 허가된 집회에 참여하고
행진하고 연설하다
공안범으로 잡혀 온 내가 더 초라해 보인다
열사투쟁 내내
전투적으로 말했지만 전투적인 행동을 조직하진 못했다
허가된 범위를 넘어서지 못한 소심함
막 피기 시작한 새싹 앞에서
나의 진짜 죄명은 부끄러움이었다
생존을 위한 몸짓은 칼날처럼 정당했다
누구도 근접하지 못한 신성한 영역을
아주 우습게 알고 밥 먹듯이 드나들고
겁도 없이 훼손한
구치소 사람들과 함께
1.03평 독방에서도 난 꿈을 꾼다
이 땅의 판검사들은
억누를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선고하더라도
칼날처럼 정당하고 절박한 생존의 몸짓,
사적소유 철폐를 위하여
1.03평 독방에서도 난 꿈을 꾼다
쇠창살을 넘어 구치소 담장을 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