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추풍령역 앞에 갑순네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녹슨 경운기가 한 대 세워져 있고
면사무소 쪽으로 통하는 길에는
봄이 와도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한때 철도 노동자들과 들녘의 농부들과
그들 흉년의 세월과 노동의 이야기가
저녁연기처럼 코끝을 찡하게 하던 곳
저녁연기가 끝나는 곳에서
용달차에 짐보따리 싣고
뒤란에 뒹구는 녹슨 공구들을 가슴에 품고
하나 둘 떠나고
갑순네 구멍가게는 철지난 원두막처럼 남아
푸짐하게 낡아 갑니다
대형 슈퍼마켓이, 수입농수산물이 들어서고
가게상품엔 먼지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오늘따라 왜이리 날이 궂은지
갑순엄마는 공단에서 일하는
큰딸 갑순이가 신경통처럼 쿡쿡 쑤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