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내 아들 문성이는 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꾸만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말릴 방법이 없다
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
풀무질에서 새로 나온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노동조합투쟁론'#이하 모두 적용)을 읽고 있는데
나의 독서를 방해하고 나선
내 아들 문성이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을 자신의 배에 깔고
손으로 뜯고 입으로 빨면서
완전히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을 장악해버린다
허허 이놈의 새끼
한 쪽으로 멀찌감치 밀쳐놓고 다시 독서를 시작하면
채 1분이 되기도 전에
그 중노동-기기작업-에도 아랑 곳 않고
다시 트로츠키의 '노동조합투쟁론'을 장악해버린다
그래서 안고 책을 읽어준다
문성이가 해죽해죽 웃는다
이 놈아 네가 뭘 알기나 하고 웃는 것이냐
네가 장악해버린 사상이
어쩌면 네 분유 값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데
너는 이토록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것이냐
네 엄마는 너를 임신하자마자
찬 겨울바람을 안고 해고자 복직 투쟁을 시작해야 했다
― 하청노동자도 인간이다 정리해고 철회하라
어느새 너의 첫 돌이 다가오고 있는데
네 첫 돌 날 아버지는
갈수록 보수화되고 반동화 되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에서
전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네 해맑은 웃음은 이 투쟁에 대한 축전이냐
네 분유 값을 날릴 수도 있는데
문 밖으로 나가는 아이
내 아들 문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