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우리 하청노동자들, 노조 만들 때 함께 나서서 싸웠고
우리 하청노동자들, 위장 폐업, 물량 철수, 전원 블랙리스트 공포를 체험했고
우리 하청노동자들, 노조 만들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입했고
우리 하청노동자들, 한참을 망설이다가 소주 한 잔에 용기를 내 가입했고
우리 하청노동자들, 노조사무실 근처에서 몇 번씩 망설였지만 사무실 문 열기가 어렵고
우리 하청노동자들, 마음은 굴뚝같지만 처자식들 눈앞에서 어른거리고
우리 하청노동자들, 이제 한 번 붙어 보자 일어서고 싶고
출퇴근 투쟁 때마다,
우리 하청노동자들을 볼 때마다 설렌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정말 죽을 동 살동 일만 해온 서러운 하청 세월
왜 이렇게 닮아 있는지
척 보면 하청인지 서로가 안다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서러움을 나눠가졌고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비굴함조차 나눠가졌고
다시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해 정말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견뎌내는 강인함까지 나눠가졌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안다고
사람이 기를 펴고 사는 것이 돈 몇 푼 더 받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내 밥그릇 내가 지키겠다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 하청노동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