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 지부 미화원들이
첫날밤을 맞았다
현대중공업 정규직 남편을 둔 순남 씨는
머리 모양이 족두리를 튼 것 같아서
머리도 올렸는데
술 한 잔 하라고
선이 씨가 농을 건다
긴장을 풀어주는 유머가
속 깊은 배려라는 걸 왜 모르겠는가
태어나서 처음 맞은 농성장의 첫날밤
초봄의 여린 햇살을 휘감아 도는 미풍처럼
노조 하고 나서 처음으로 인간임을 알았다
이 싸움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언제나 쓰레기였을 거다
노동자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해 준
우리 투쟁의 신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래 이판사판 한번 붙어 보는 거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한번 붙어보는 거다
오십 평생 살아오면서 이렇게 행복한 시간이 있었던가
투쟁하는 삶 속에 정박해 있는 우리들의 코뮌
여기서부터 언제나 우리 삶의 새로운 연대기가 출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