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옥천 광고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정훈, 홍종인 동지를 만나러 가는 길
천의봉 동지는 하늘의 동지들이 먹고 싶어 한다고
햄버그를 샀는데
그만 마음이 차오르고 넘쳤는지 10개나 사 왔다
복기성 동지는 과일 한 박스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두 박스나 사 왔다
하늘의 동지들은 날 추운데 어여 천막 안으로 들어가라 하고
땅 위의 동지들은 우리가 올라갈테니 어여 내려오라 한다
고공농성자들이 고공농성자들에게 전하는 단문 사이로
올 해의 첫 눈이 내렸다
난 저 첫 눈이
다 전하지 못한 고온의 마음이 응결되어
서로의 마음을 조용히 헤아려보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뜨뜻한 구들처럼
심장은 심장을 이해했다
세상에 나지 않은 저 길,
이제 아름다움에 의지하고 싶다
2013년11월18일
* 171일 동안 15만 4천볼트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해고자복직과 비정규직철폐,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진행했던 쌍용차 한상균 전 지부장, 문기주 전 정비지회장 복기성 쌍용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 그리고 불법파견 철폐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 주차장 내 송전철탑 위에서 296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천의봉 전 사무장이 유성기업 사장, 유시영 구속을 요구하며 철탑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유성기업 홍종인, 이정훈 지회장을 찾아갔다. 그날은 첫 눈이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