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내 마음이 가 닿는 자리마다
우물처럼 깊은 여백을 갖고 싶었네
생활의 모든 자리마다 머리띠를 둘러야 사는 시간
우회해서 갈 수 없는 싸움
논리가 아니라 과연 삶 자체로 살아냈을까
죽으라고 사랑했으나
저 선하고 강한 투쟁의 심장에 스미지 못하고
말의 화염 속에 있었네
내 삶의 여백을 파내며 여기까지 왔네
가뭄처럼 바닥을 드러낸 자리
때늦은 후회하지 않으나 행복하지는 않았네
차라리 식물처럼 나를 부드럽게 풀어놓고 싶네
삶이 오는 방향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소박한 창문을 만들겠네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소박한 창문으로 서서
모든 싸움으로부터 눈 돌리지 않겠네
논리가 아니라
마르지 않는 생활의 여백으로 죽으라고 사랑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