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 1969년생 / 플랜트 배관공

제3시집 '식물성 투쟁의지' <발문> 혁명 주체로 거듭난 혁명시인 조성웅 / 오세철

해방글터 0 1,337

 

혁명 주체로 거듭난 혁명시인 조성웅

 

- 오세철(혁명을 위해 싸우는 배우노동자)

 

1.

 

 내가 발문을 쓸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나는 예술과 문학에 관련된 이론서들을 깊이 있게 독해하고 스스로 나름대로의 이론과 평론 체계를 세우고 있는 전문 평론가가 아니다. 대학 시절 습작으로 단편 소설을 끄적여본 경험, 사회주의 운동을 하면서 접했던 사상가와 혁명가들의 예술에 대한 몇몇 글 들, 그리고 나름대로 예술가적 기질이 있다고 내세우고 싶은 욕망이 내가 가진 전부이다. 그런데도 조성웅 동지는 내게 발문쓰기를 강권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동지라는 사실, 그가 살아온 삶과 혁명적 실천을 지켜보았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나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2012년 11월 17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렸던 내 고희 출판기념회에 조성웅은 이 시집 「식물성 투쟁의지」의 초고를 들고 나와 두 편의 시를 낭독했다. 두 편의 시는 나와 관련된 시인데 첫 번째 시를 발문을 시작하는 의미로, 그리고 두 번째 시는 발문을 마무리하는 시로 택했다.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가두 투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

그 맨 앞줄에 사회주의 노동자 연합 운영위원장인 60대의 노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보이고

그 옆에는 편집위원장인 50대의 양효식 동지가 보였다

; 우리 운동은 너무 늙은 것 아니냐?

난 구력 있는 혁명가들에 대한 존경보다는 너무 늙은 우리 운동의 ‘세대’가 더 걱정되고 위험해 보였다

(…)

용산 철거민 희생자 추모 6차 범국민대회 가두투쟁의 맨 앞자리에 

젊은 혁명가 오세철 동지가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난 혁명가의 모습이 저렇게 단아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비판에 어울리는 모습을 한 그에게

난 인터내셔널가를 불러주고 싶었다

지금 거리엔 새잎이, 새로운 감성이 자라고

난 좀 어색하긴 하지만 이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거리에서, 그 즐거운 토론 속에서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 (2009년 3월 26일)

 

― 「그리운 것들을 오래도록 품으면 빛나는 전망이 된다」부분 

 

이 시에는 조성웅의 혁명세상과 혁명시의 세계가 온전하게 담겨져 있다. 그는 나를 60대의 노혁명가 이전 젊은 혁명가 오세철 동지로 부르면서 너무 늙고 굳어버린 사회주의 운동의 ‘세대’를 걱정하고 있다. 낡은 운동과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은 자기반성과 비판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운동과 새로운 혁명주체의 상과 미래가 어떻게 빛나는 전망이 될 수 있는지를 시집 전체가 잔잔하고 호소력 있게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2. 

 

 조성웅의 시는 2007년부터 2012년 11월까지 이어지지만 2008년 노해투사(「노동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회주의자 일동」의 약칭)의 성폭력 사건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작하여 혁명주체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은 끝나지 않았고 50의 나이가 아닌 다시 30대의 혁명시인으로 ‘빛나는 전망’을 함께 열어가는 모습으로 줄기차게 나타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는 투쟁현장과 투쟁하는 동지를 떠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보면 그의 시는 노동자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의 시의 상당 부분에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를 열거하는 것도 역사를 되살려 혁명의 투혼을 일으키는 우리의 몫이다.「85크레인 고공농성 100일에 부쳐」,「효정재활병원 연대집회장에서」,「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임유선 동지에게」,「하이닉스 직권조인 합의서 폐기를 위한 항의농성」,「금속노조 부산정관지회 조합원 배순덕 동지에게」,「삼성 SDI 규탄 울산노동자 결의대회에서」,「이랜드/뉴코아투쟁 승리를 위하여」,「전국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유명자 동지를 생각하며」,「류기혁 열사 5주기에 부쳐」,「현대미포조선노조 조합원 이홍우 동지를 기억함」,「현대자동차비정규직 공장점거파업 25일」,「쌍용자동차 공장점거파업 77일」,「2009년 5월 16일 고 박종태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부쳐」,「울산대학병원 영안실에서 보낸 120일」,「철탑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의봉이, 병승이에게」,「2009년 9월 11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장에서」,「박사랑 동지의 여성가족부 앞 농성투쟁을 지지하며」,「1차 희망버스가 도달한 그 새벽의 노래와 춤을 기억함」,「박일수 열사 8주기에 부쳐」,「전국현장 글쓰기모임 <해방글터>, 김영철 시인에게」등이 투쟁하는 혁명시인의 진솔한 모습이며 그의 혁명시다. 

 

3. 

 

 한 혁명조직 내부에서 일어난 성폭력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조성웅의 숙고와 반성이 깊어지면서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에 내재하는 권위주의, 관료주의, 파시즘 그리고 심지어 반혁명성이라는 근원적 본질에 다가가고 그 내재적 한계를 뿌리부터 비판하게 되고 새로운 혁명운동을 열어젖히는 언어가 그의 혁명시를 감싸고 있다. 이미 그것은 2007년 그의 시「흐른다는 건」에서 드러난다.

 

(…)

흐르는 것들은 이끼가 슬지 않는 속도를 갖췄다

흐르는 것들은 직선처럼 위험하지 않고   

둥글게 마주 앉은 부드러운 선들의 탄력을 갖췄다

탄압에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더 이상 쓰레기처럼 살지 않겠다는 물결이

파고를 이루고 이어가며 

흐른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기 결정의 시간이다

흐른다는 건 수초처럼 무성한 대화의 시간이다 

흐른다는 건 펑퍼짐한 몸짓들이 서로를 품고 이해하는 협력의 시간이다

 

― 「흐른다는 건」부분

 

 이는 철의 규율로 미화되었던 경직된 혁명조직운동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각종 스탈린주의 아류들이 보여주었던, 혁명주체의 계급의식과 창발성의 수평적 연대운동을 말라 죽게 하는 역사를 거꾸로 뒤집어 바로 잡으려는 희망으로 이어진다. 

 

(…)

내가 속했던 한 조직의 혁명정당 건설 운동은

한심한 지령이었고 뚱뚱한 위계였으며

오류투성이의 무오류였고 고철처럼 딱딱하게 녹슨 규율이었다

(…)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인간의 시간이 태어나는 장소에 때늦지 않게 도착하는 감각이다

이제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손금을 통해 대화하고 싶다

그대 심장에 새겨진 따뜻한 언어를 안아보고 싶다

심장과 심장의 따뜻함 속에서

다른 삶으로의 이행기가 불쑥 다가오고 있다

 

―「목숨은 걸 수 있어도 왜 혁명은 꿈꾸지 못하는가」부분

 

(…)

마침내 비상은 장독대처럼 상처를 오래도록 품어 빚어낸 웃음의 광장일 겁니다

(…)

개인에서 집단적인 몸으로 비상함으로써

우리는 정서적 색감이 풍부한 거대한 협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단 한 건의 소통 장애도 발생하지 않은 이 거대한 협력은 

마디 하나 없는 유려한 춤이 되고 

이곳에서 우애와 연대로 충만한 음계가 태어났습니다

하나 같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개성입니다  

집단적인 몸의 노래, 우리들의 코뮌입니다

 

― 「비상」부분

 

 가창오리떼의 비상을 보고 자유로운 개인이 연합하는 코뮌을 이야기하는 조성웅의 상상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시집의 제목인 「식물성 투쟁의지」로 모아진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동지의 85크레인 고공농성 100일에 부쳐 2011년 4월 15일에 쓴 그의 시는 동물세계가 아닌 식물세계에서 혁명운동의 미래를 발견한다. 그야말로 그의 혁명시의 세계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

“저는 오늘 백일 기념으로 상추와 치커리와 방울토마토와 딸기를 심었습니다”

 

85크레인 아래에서 조용히 귀 기울인다

강철 위에 

씨 뿌리고 뿌리 내려 온갖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텃밭을 가꾸었다니!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 정성을 다하면 

세상의 모든 강철 같은 경계가 허물어져 

부드러운 흙의 마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이 놀라운 가능성!

 

인간을 향한 광합성 작용, 

김진숙 동지의 식물성 투쟁 의지는 

사랑이 오를 수 있는 거대한 씨앗이다    

(…)

높낮이도 앞뒤도 없다

토론과 결정, 집행의 영속적인 자기결정 운동이 있을 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혁명의 날이 온다

(…)

김진숙 동지의 텃밭은

이윤보다 풍요롭고 경쟁보다 무성한 비판의 뿌리를 키우고 있었다

어린뿌리들이 

스스로 손을 들어 발언하고 위계 없이 어깨 걸고 자라고 있었다

난 강철조차 품는 어린뿌리의 힘을 믿는다

 

― 「식물성 투쟁의지 - 85 크레인 고공농성 100일에 부쳐」부분

 

 조성웅의 반성은 자신과 혁명운동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의 아내에게 바치는 시에서도 가부장적 반혁명성에 대한 깊은 반성이 묻어난다.

 

(…)

(왜 그토록 뛰어났던 수많은 여성활동가들은 운동으로부터 추방되었는가?

꽃잎 옆은 항상 위험하고 꽃향기는 평등을 향해 자라지 않았다

위 여사의 가사노동과 육아노동, 생계노동 위에 세워진 나의 운동은 본질적으로 반혁명을 닮아 있다)

 

― 「사랑도 깊으면 한이 된다 - 위경희 동지의 서른 아홉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부분

 

그러면서도 다시 한 번 조성웅은 진정한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가 무수한 차이들의 협력으로 직접 이루어지는 코뮤니즘임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

조직은 계급투쟁의 무기가 아니라 하나의 종교가 됐다

; 교류하고 논쟁하고 검증받지 못한 신념은 너무 쉽게 종교가 된다

 

노해투사의 정치적 신념은 벽처럼 확고했으나 피해자에겐 짐승 같은 것이었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꿈꾸는 혁명적 열정도 권력에 이르자 순식간에 낡았다

(…)

금지 위에 세워진 정치적 신념은 반혁명이었다

 

그녀의 여성주의는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삶의 자리에 꽃핀 내전

총구를 떠나는 총탄처럼

                     단절은 철저한 것이다 

 

― 「금지 위에 세워진 정치적 신념은 반혁명이었다」부분

 

(…)

하지만 난 통일을 위해 차이를 희생시켜 왔고 차이를 견디지 못했다 축출과 분리가 활력 있는 정치생활이라 믿었으나 이행의 삶과 조금도 닮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손쉽게 적을 쏙 빼닮았다 비스듬하게 기댔던 벽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믿고 확신했던 것은 행복한 적이 없다 

(…)

차이는 지리산의 샘물 같은 것이다 참 맑고 투명한 동력, 내가 원했던 것은 샘물처럼 그렇게 빈틈없이 평등한 것이다

 

대의제도가 평등을 대표하고 혁명적인 때는 이미 지나갔다 별빛들은 무수한 차이들의 협력으로 스스로 빛날 뿐 누구도 대의하지 않는다 

 

― 「무수한 차이로 이뤄진 당신을 품을 자리 - 지리산행」부분

 

4. 

 

 혁명시인 조성웅의 혁명주체로의 거듭남은 혁명이나 이행이나 조직과 같은 거대담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으로부터만 오지 않는다. 자연의 아주 작은 부분, 몸짓, 변화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폭넓은 사랑과 정, 배려에 대한 그의 감동과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그의 시집 2부, 「저음의 저녁」, 5부 「꽃피는 총」에서 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새 잎을 보고, 만두를 만들면서, 일찍 세상을 떠난 동지의 품을 그리면서, 머리를 꾸미는 미용실에 가면서 혁명을 이루어가는 주체형성의 과정을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새잎 났네

아주 단아하게

 

어제도 없었고 방금 전에도 없었던

새잎 났네

 

별 볼일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세상에

 

혁명처럼

 

지금 이곳에

새잎 났네

 

― 「새잎 났네」전문

 

(…)

마음이 가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난 만두를 한입 가득 넣고 맛있게 먹는 동지들이 보고 싶었다

그 희망의 따뜻한 속살을 오래도록 만지고 싶었다

 

오래도록 정성을 들이면 만져지는 것이 있다

 

― 「오래도록 정성을 들이면 만져지는 것이 있다」부분

 

(…)

인간에 대한 친절한 배려 박현정 동지

그대의 밝고 따뜻한 웃음은

좌우를 훌쩍 뛰어 넘어 새로운 지평으로 열려진 대지였습니다

 

가장 먼저 조용히 손을 뻗었습니다

동지들 삶의 아픈 곳 구석구석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프도록 둥근 몸으로 그대, 인간의 봄이었습니다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대화의 싹을 틔웠습니다

봄산 봄들처럼 모든 것들을 품어 꽃피게 했습니다

 

― 「인간에 대한 친절한 배려, 박현정 동지로 살겠습니다 - 2001년 효성공장점거파업을 이끈 고 박현정 동지를 그리워하며」부분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에  

열정과 남루 사이에서 지독하게 앓았다

지독하게 앓고 나서야 

내 몸이 

한 시기와 단절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도는 없었다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에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에 

 

이미 낡은 자만이 살아남았다   

 

지독하게 앓은 몸은 온통 질문이 되고 

길은 자신을 이루는 아픔으로부터 멀지 않았다

 

첫 걸음이 정상에 오른다고 생각했으나  

난 사람의 마당을 천천히 걸으면서 

다시 평등에 대해 물었다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이었다

 

― 「어린 짐승의 착하고 슬픈 눈빛 같은 날」전문

 

(…)

부드러운 것은 노사협조주의라고 착각한 때가 있었다

열사투쟁으로 열려진 비정규직 투쟁, 난 직선의 시간을 소망했다

어떻게든 투쟁을 직선으로 끌어올리려 했지만

처음 투쟁에 나선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부담스러운 것들은 순환 가능한 삶 쪽으로 열려지지 않았다

난 전투적이었지만 가부장적이었고 

확고한 신념이 있었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힘이 없었다

어쩌면 난 그들을 대신해 싸웠는지도 모른다  

뼈아픈 후회는 내장을 다 상하게 했다    

 

사십 무렵, 

난 스스로를 가꿔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 다행스럽고

조금은 더 부드러워진 내 모습에 만족한다

아름다워지지 않고서는 혁명적일 수가 없었다 

 

난 내장이 다 상한 이후에야 

한 사람의 자리를 마련할 줄 아는 그 마음을 배운다

때 맞춰

스스로를 가꿔 아름답고 싶은 시간에 진달래가 만발했다

난 오직 그 한 사람을 위한 자리, 미용실 ‘툴’에 간다 

 

― 「난 진달래가 만발한 시간에 미용실 ‘툴’에 간다」부분

 

5.

 

 아직 거듭남이 완결된 것은 아니지만 수년 동안 고통스러운 산고를 견뎌내고 조성웅은 힘차게 혁명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2012년 2월 14일 박일수 열사 8주기에 부친 그의 시,「혁명의 내부」와 2012년 11월 11일, 2012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부친 그의 시,「개량주의자들에 대한 첫 번째 포고」에서 혁명적 정세와 혁명적 주체가 변증법적으로 만나는 진지하고 단호한 혁명 시인의 사자후를 터뜨린다. 조성웅의 시는 이제 시작이다. 세계혁명을 향한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포효가 다시 시작하듯이. 

 

(…)

박일수 열사 8주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박일수 열사의 불의 언어를

물과 바람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일이다

한 몸이지 않고서는 흐를 수 없는 물처럼

우리 스스로가 평등해지지 않고서는 결코 새로워질 수 없다

어느 한 곳에 고정돼 굳어지지 않는 바람처럼 

우리 스스로가 유영하는 비판의 몸이지 않고서는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새로워지는 것은 생명을 가진 여린 숨결들을 어느 것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다

자본의 수탈이 진행되는 영토의 좀더 낮은 곳으로 스며드는 일이고 

그곳에 있는 가난하고 눈물 많고 상처 깊은 이들의 손을 힘껏 움켜지는 일이다 

 

― 「혁명의 내부 - 박일수 열사 8주기에 부쳐」부분

 

더 이상 날 동지라 부르지 마라

민주노총 소속 같은 조합원이라고 하더라도

투쟁 현장에서 몇 번 구호를 함께 외쳤다고 하더라도

나는 너와 뜻을 함께 하는 동지가 아니다

(…)

2012년11월11일, 자본가들을 만나고 악수하고 반갑게 협력하는 것이

확고한 정치적 신념인 너는

2012년11월11일, 밥 쳐 먹고 허구한 날 교섭하고 중재하고 타협하고

굴종을 강요하는 것이 하는 일의 전부인 너는

2012년 11월 11일, 고작 부르주아 야당이 돼 보겠다고

저요 … 저요 부르주아 선거제도에 목매달라고 있는 너는 

 

노동자계급이 아니다

자본가계급이 노동운동 내부로 파견한 자들, 

자본가계급의 마름이다

내게 다가와 반갑게 웃으며 악수하려 하지 마라

난 너의 적이다 

 

난 나의 권리를 대의하겠다고 나선 자들을 믿지 않는다

난 너와 바리케이드를 앞에 두고 마주 설 것이다

 

― 「개량주의자들에 대한 첫 번째 포고 - 2012년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부쳐」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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