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전선줄 위에 호박초롱처럼 마지막 붉은 해가 걸릴 때면
술집에서 일하는 김양은 출근하고
위험한 층계에서 아이들은 놀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이 평상에 둘러 앉아 피우는 담배연기는
허공에 부채 살 같은 주름을 잡으며 지나간다
올챙이 때처럼 바글바글한 아이들
산동네까지 쫓겨 온 사람들의 말 못하는 외로움
바글바글하다
가는 비 오는 저녁, 밥 익어가는 냄새가 평온함을 주기도 전에
산동네의 소녀들은 반항처럼 순결을 버렸다
때 이른 나이에 손톱 밑에 기름때가 묻은 사춘기의 소년들은
익숙한 아버지의 술 취한 걸음처럼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가끔 늦은 귀가 길의 좁고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면 들린다
숨죽인 신음 소리
자존심조차 지키지 못하는 불안한 성생활
바삭바삭한 달빛이 이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 때 생각 나요....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