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컨테이너도 비좁아
작업장 한 편 그늘에 종이 박스 깔고 안전화를 벗는다
땀에 절어 축축해진 내 두발을 용케도 견뎠구나.
애썼다
나의 안전화여
밥 먹듯이 해고되어도 날 품었고
밥 먹듯이 골병드는 날에도 무너지지 않게 날 떠받쳐 주었다
묵묵하게 내 젖은 몸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고
끈덕지게 내 젖은 몸을 이해하려 했다
내 고단한 생에 딱 들어맞게 밀착된 너의 도정!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너의 한걸음
너의 두걸음
바닥을 견디는 힘이었다
2016년11월29일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너의 천성이구나
이 부분은 공자, 맹자의 말씀과 같다. 이어서 인간에 대한 예의禮儀가 나오므로 안전화가 가진 공맹의 덕을 칭찬한 것이다. 따라오는 도정道程도 그러하다. 요즘 공맹의 책을 읽고 있던지, 그 말씀을 많이 생각하는가 보다. 보통은 도정의 뜻이 언뜻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는 길'정도로 풀어 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요지는, 안전화가 주는 믿음을 노래한 5연인데, 듣고,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태도야 말로 혁명에 삶이 밀착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 깨달음에서 끝났으면 좋은데, 6연이 또 있다. 다만, 6연은 따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갈때까지 가보자가 의지도 아니고 체념도 아닌 묘한 경계에 선 말이라서 그렇다. 바꾸거나 덜거나 깨달음이 연장되는 무언가였으면 좋겠다 싶다.
안전화와 헤어질 때면 섭섭하기도 하다. 그것이 동행의 동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