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포기하고 싶은 걸음이기도 했다
아스팔트 핏자국 위에
나는 최선을 다했다, 라고 쓰고 싶었다
투쟁한 만큼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몸짓 하나로 세상이 꽉 찼던 날들은 지났다
정든 날들,
마르크스레닌주의는 테크노댄스처럼 넘쳐 났지만
마르크스레닌주의자者들은 없었다
많은 오류를 저질렀다는 것
깨지고 쪼개지고
비로소 우리는 소수라는 것
입술은 터질 것 같은 사랑으로 닫혀 있다
사상이 타락하면
권력욕으로 변질된다
밥벌이와 권력에 대한 매혹이 지상의 과제
모두들 걸음을 바꾸었지만
제 자리를 찾아갔을 뿐이다
생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열려진 창가
우는 아이를 달래며
그녀는 책을 읽고 있다
그 온 몸짓이 미소라니!
아이의 엄마로서
생활의 가장으로서
조직의 지도자로서
그 작은 몸짓이 온통 미소라니!
떠나간 한 친구는 존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녀의 사상 생활을 표현했다
그러나 비록 쉽지 않은 싸움이지만
누구나 충분히 싸울 수 있기에
그 말이 빈말이라는 것을 안다
변변한 살림살이 제대로 없는
반 지하 단칸 월세방
봄빛으로서는 행운목
자기 몸으로 온통 싹을 품었구나
조심스럽게 드러낸 풋풋한 그녀의 내면,
지독하게 살아낸 이후에야 과연, 향기를 품는구나
희망도 이와 같아라
- 조만간
그래! 조만간
손끝에서 빚어지는 사랑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은 낯선 좌익 슬로건은 아닐 것이다
자기 몸으로 온통 싹을 품는 행운목
풋, 풋, 한 그녀
그 작은 몸짓이
폭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