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가 있는 문경 소양 마을 입구엔
경상북도 문화재 제 505호인 소양서원이 있다
엄마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소양서원에서 한글과 노래를 배웠다고 한다
손 잡고 산책하는 길에
엄마는 내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노래를 들려 줬다
60년 전에 배운 노래를 엄마는 어떻게 기억할 수 있었을까
희미해 진 것을 다시 기억한다는 건 갑자기,
삶 쪽으로 열려진 일생일대의 도약인지도 모른다
난 소녀처럼 노랠 부르는 엄마가 참 신기하고 이뻤다
소양서원 툇마루에 엄마가 다소곳이 앉았다
모든 걸 다 받아 내고 품었던 엄마의 밝은 표정은
미생물처럼 아름다움을 일궈 낸 삶의 향기가 배어 있다
내 인생 최고의 문화재, 울 엄마!
2014년3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