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사드철거 소성리 촛불문화제

나는 할매 안할란다, 할매라고 하지마라 - 천용길

해방글터 0 399

 

<나는 할매 안 할란다, 할매라고 하지마라>

사람 좋다는 말에
아랫마을 소성리 총각 아내가 됐다
한 달 전 군대 간 신랑도 없는 시댁에서 잔치를 벌이고는
열아홉 나이에 며느리가 됐고, 형수가 됐다
아궁이에 불 지펴 시아버지 해장국을 끓여주고
목화를 하나하나 뜯어 솜이불을 타다보니
고개 빼고 입을 줄줄이 내민 엄마가 됐다
새마을 깃발이 소성리에 들어오는 걸 보니
자식새끼 학교 공부 시켜야겠다는 악다구니가 차올라
겨울이면 대구 북부정류장 식당 더부살이를
낚시꾼들 모여 들때면 소성지에 간이 함바집을 열었다
정희도 가고, 두환이도 가고
허리가 굽고, 주름이 움트니
누구의 며느리도 아닌 할매가 됐다
‘할매요, 몸은 괜찮습니까’
‘할매요, 이러지 마세요’
‘할매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쉬세요’
이놈들아, 내 손자손녀한테나 내가 할매지
이놈들아, 할매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냐
이놈들아, 할매라고 하지마라
할매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시민이 아니냐
땅을 잃어도, 평화를 잃어도
눈앞에 전쟁무기가 들어와도
가만히 있으라고 무시당하는 게 할매라면
나는 할매 안 할란다
나는 그런 할매 안 할란다
나는 500일 동안 촛불 들고
‘사드 가고 평화 오라’
부르짖은 대한민국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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