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사드철거 소성리 촛불문화제

그냥 그리 살면 되는데 - 이민중

해방글터 0 386

<그냥 그리 살면 되는데>


내 몸에 버치지 않을 만큼의 작은 밭에서
아침이면 밭에 나가 이웃들 만나면
서로 품앗이해가며 새참이랑 노나메기하고
아침나절에 밭에 나오지 못한 점순할매 어데가 편찮으신가? 싶어
할매 계신가? 하고 살짜기 찾아보고
밭에 밑거름줘야 할 때라
집에 가는 길에 이도 한 삽 저도 한삽 너도 한삽 나도 한삽
모르게도 또 알게도 우렁각시 다녀간 듯
이 손도 저 손도 거들손이 되어
밑거름 잘된 점순할매네 밭은 그 해가 풍작이었다 한다

해질녘이면 집에 와서 별 다른 찬거리 없이 단촐한 저녁을 먹어도
혼자 사시는 어르신댁 아궁이굴뚝에 연기나나 살펴보고
어쩌다 조금 맛 나는 거라도 할라치면
작은 접시에 소복이 담아 별빛에 기대어 돌담길을 따라
어르신댁에 가져다 드리고

손주들 방학되고 주말이면 외할머니네 놀러와서
진밭교 소성교지나는 하천이며 소성저수지 낮은 천에서 천렵하여 노닐다
어죽이며 어탕국수며 배불리 먹고 마을 당나무아래 그늘에서 늘어지게 한잠자고
참외며 오이며 수박이며 손수 농사지어 짠 들기름이며 한 아름 들려 보내고서는
이제나 또 올까? 저제나 또 올까? 손주들 보고 싶어 기다리게 되고

어쩌다 자식결혼이여 손주난거며 마을경사가 되고
먼 친척이라도 위로 할 일 생기면 마을조사가 되고
참외값이며 비료값이며 한 해 농사지은 삯 제대로 받는 것이 큰 시름이고
태풍이며 가뭄이며 하늘보고 땅보고 큰 피해없길 바라는 것이 큰 바램인

그냥 그렇게 살던 마을인데

소성교아래 냇가에 물 흐르는 소리가 밤을 울려주던 마을에
진밭교아래 냇가에 별빛이 비추어 환하던 마을에 이무슨 변고인가?
저 우악스러운 공권력에 팔이며 다리며 손이며 발이며
이리 꺽이고 저리 밟힌 팔순노인의 몸이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야 되냐고 통곡하니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밭일하다말고 마을회 싸이렌이 울리면 진밭교앞으로 소성교앞으로 뛰어가야하고
여기저기서 거짓된 시커먼 혀들은 빨갱이마을이라 소문내어
손주들 발길도 끊어진지 오래되어 아해들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공사차량 소음이며 희뿌연 흙먼지며
이게 무슨 난리법석인가?
전쟁기지며 미군주둔이며 전자파며 하는 것 몰라도 잘 살아왔는데
여기도 안 된다 저기도 안 된다 하니
힘없는 노인들 몇몇이 농사지어 살아가는 작은 마을에 악다구니 붙은 거지

마을에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국가와 정부에 하소연 할 수밖에 없지
지금 국가와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무리들과 그 인물이
언제는 같은 편인 듯 하며 옆에 서서 사진도 같이 찍고 하더니만
손도 잡아주고 안아주고 하면서 사진만 연신 찍어대더니만
왜 전쟁기지와 군사문제만 지네들 뜻대로 못한다고 아니 할 수 없다고
아니 이제 와서는 오히려 국가와 정부가 하는 일이니 옳다고 한다

투쟁이며 운동이며 하는 것 별 시덥잖을 정도로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되는데
이제는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어렵게 되어버린 마을이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될 날을 오늘 이 자리에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1 명
  • 오늘 방문자 295 명
  • 어제 방문자 101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1,110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