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술을 빚습니다>
- 사드 가져가라!-
햇살과
비와
바람과
아흔 아홉 번
농부의 손길이 담긴
쌀 한 푸대와
이틀 밤
별빛과 달빛을 머금은
누룩 한 대접과
흘러도 흘러도
마르지 않는
맑은 샘물 한 동이 담아
술을 빚습니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아스팔트 위에 흐드러진
주름 자글자글한 눈물과
방패에 찢긴
선홍색 가슴과
전투화에 밟힌
흙뭍은 장화와
바퀴에 깔려
일그러진 경전과
폭력에 철거당한
어머니의 삶을 생각하며
술을 빚습니다
풀을 베어낸 자리에
다시 풀이 자라듯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눈물을 딛고
다시 자라나는
찢어진 가슴 보듬고
다시 자라나는
밟히고 깔려 일그러진
수 많은 악수와 포옹을 토닥이며
다시 자라나는
자글자글한
소성리의 미소를 위해
느릿한
소성리의 평화를 위해
행여 더럽혀질까
씻은 손 다시 씻으며
차박차박 치대어
술을 빚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