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해체작업
여인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처럼
거푸짚을 벗겨내고
만나는 그 두렵던 설레임
그동안의 모든 수고가
땀과 긴장된 노동의 결과가
일순간 성적표로 받아 쥔
어린아이처럼 두렵기만 하다
수직과 수평
노동자로 살아온 강직한 삶
높낮이 없이
등쳐먹는 오야지도
일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는
부로커도 없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 잘못일까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활처럼 휘어진 창틀은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워할 줄 알고
혹여 한눈팔고 놓쳐버린
도면의 허점을 보지 못했던 것은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부끄러운 일이다.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노동으로 비로소 지상에 집 한 채 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