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해체작업

선남 0 828

해체작업 

 

 

 

 

여인의 속살을 드러내는 것처럼

거푸짚을 벗겨내고

만나는 그 두렵던 설레임

그동안의 모든 수고가

땀과 긴장된 노동의 결과가

일순간 성적표로 받아 쥔

어린아이처럼 두렵기만 하다

 

 

수직과 수평

노동자로 살아온 강직한 삶

높낮이 없이

등쳐먹는 오야지도

일하지 않고 날로 먹으려는

부로커도 없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것이 잘못일까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활처럼 휘어진 창틀은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워할 줄 알고

혹여 한눈팔고 놓쳐버린

도면의 허점을 보지 못했던 것은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부끄러운 일이다.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노동으로 비로소 지상에 집 한 채 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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