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거처를 옮긴다.

선남 0 909

 

거처를 옮긴다.

 

 

 

 

방을 비워 줘야 한다.

객지 일 와서 몇 개월 세 들어 사는 방이

뭔 정이 붙었을까 싶지만

거처를 옮긴다는 것은 뿌리가 뽑히는 느낌이다.

늘 그랬다.

심지어 감옥에서도 그랬다.

석방통지서를 받고 짐을 챙기며 몇 번이고

독방을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그리움에 눈물을 삼켰던 것이며

흔들리지 말기를 스스로 맹세하며

마음에 각인을 세기 듯 흰 벽에 써 붙여 놓았던

글귀들에까지 마음이 갔다.

 

 

산다는 일이 늘 그렇다.

얼마를 살아갈지 모르겠지만

내 삶의 일부가 내 삶의 한순간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생각에서

거처를 옮기는 짧은 순간에

삶의 뿌리가 뽑히는 느낌이다.

 

 

오늘은 짐을 정리하고

작업복이며 양발 속옷 빨래거리를

집으로 보내고 여벌의 작업복을 챙겨

다시 객지로 떠난다.

이러다가 영영 객지로만 떠돌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

먹고 사는 일 앞에

가족들을 거둬 먹이는 일 앞에

다른 어떤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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