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춘삼월에 눈이 내리고
하늘이 미쳤나 보다
매화가 피었고
벚꽃이 꽃망울을 맺었고
볕 좋은 담벼락에 개나리가 화사한데
진눈깨비가 날린다.
꽃샘추위란다.
넣어두었던 겨울 잠바를 꺼내 입고
벌써 몇 달째 묶인 임금에도
현장을 못 옮기고 일을 한다.
일을 해도 신명이 없다.
일을 해도 언제 돈이 나올지 모른다.
하늘이 미쳤나 보다
춘삼월에 눈이 내리고
세상이 미쳤나 보다
살아갈수록 팍팍한데
일을 할수록 가난한데
언제쯤 돈이 나올 것 같으냐고
묻는 것도 미안하고 답답한데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마누라도
지쳤는지 더는 묻지 않는다.
일을 해 놓으면 언제 받아도 받지
그 돈이 어디 가겠나,
실낱같은 믿음으로 위안을 삼고
몸을 팔아먹고 사는 신세 달라질 게 뭔가
헛된 희망을 버렸는데
세상이 미쳤나,
하늘이 미쳤나,
매서운 바람은 뼛속까지 시리고
답답하고 고달픈 신세타령도 지겹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더는 못 참겠다.
가슴에 찬 울분은 괜히
허공에 주먹질이나 해되고
힘없는 마누라에게 버럭 소리나 지르고,
사월도 중순이 넘어 서는데
눈이 내린다. 미친 하늘에서
미쳐가는 세상에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