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애련(愛憐)
살아온 긴 날들의 추억
걸어온 무수한 발걸음들을
때로는 잊혀졌고, 때로는 아프고 서러웠던 기억까지
지워가며 길을 걷는다.
걸어온 길들도 낯설고
돌아갈 곳도 낯설어질 때
문득 발걸음을 멈추지만
그곳도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듯
불안하고 두려워진다.
기억은 유년의 한 때를 더듬거리지만
이미 지워진 기억은 하얗게 말라가고
세월 앞에 초라한 육신도 말라간다.
사랑하고 아파하는 가족들의 눈빛마저
가물거리는 기억이 되고
긴 이별을 연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분신, 또 다른 자신을
마치 거울을 마주 보고 서 있어야 할
지금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꽃 졌던 그곳에 똑같은 꽃을 피우겠지만
말라버린 하얀 기억은
새롭게 꽃 피지 않는다.
언젠가 생의 마지막 지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까지
그 기억의 애련을 놓아야 할까
기억은 잊혀져간다 해도
서로 사랑하고 받들고 기대고 의지하면서
살아온 길은
또 누군가는 버거워하며 걷고 있을 것이다.
[명사] 어리거나 약한 사람을 가엾게 여기어 사랑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