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애련(愛憐)

선남 2 1,180


애련(愛憐)

 

 

살아온 긴 날들의 추억

걸어온 무수한 발걸음들을

때로는 잊혀졌고, 때로는 아프고 서러웠던 기억까지

지워가며 길을 걷는다.

 

걸어온 길들도 낯설고

돌아갈 곳도 낯설어질 때

문득 발걸음을 멈추지만

그곳도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듯

불안하고 두려워진다.

 

기억은 유년의 한 때를 더듬거리지만

이미 지워진 기억은 하얗게 말라가고

세월 앞에 초라한 육신도 말라간다.

 

사랑하고 아파하는 가족들의 눈빛마저

가물거리는 기억이 되고

긴 이별을 연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분신, 또 다른 자신을

마치 거울을 마주 보고 서 있어야 할

지금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꽃 졌던 그곳에 똑같은 꽃을 피우겠지만

말라버린 하얀 기억은

새롭게 꽃 피지 않는다.

 

언젠가 생의 마지막 지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까지

그 기억의 애련을 놓아야 할까

 

기억은 잊혀져간다 해도

서로 사랑하고 받들고 기대고 의지하면서

살아온 길은

또 누군가는 버거워하며 걷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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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침해를 앓고 계시는 아버지의 마지막 보습을 보며 아파서 쓴 시다.
해방글터
애련 (愛憐)[애ː련]
[명사] 어리거나 약한 사람을 가엾게 여기어 사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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