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
한마디도 못하고
면회장에서 울기만 하다가 돌아간 사람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
같이 손잡고 돌아가야 할 길
눈물 뿌리며 돌아서는 포항 가는 길
밤이 깊을수록
더욱 눈부신 하얀 밤
열쇠 소리
철문 여닫는 소리
순찰 도는 교도관의 구둣발 소리가
무겁게 복도를 울리고
가슴을 내리찍는 소리가 된다.
아!
미치게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에게만큼은 내가 죄인이다
이 몹쓸 세상에
노동자로 태어난 것이
몸부림치고 발부둥친 것이
인간으로 일어서고 싶었던
그 징그러운 세월이
그것이 죄인이다.
당신 앞에,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 사람아
보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되는 사람아
이제 그 먼 길
다시는 오지 마라
눈물 뿌리며 돌아서
외롭게 가야 할 길
이제는 오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아
감옥 문이 열리고
덩실 어깨춤 절로 나는
노동자에게도 한 번 희망을 가져 볼
그날이 오면
당신을 업고서라도
돌아갈 그날까지는
기다림은 또다시 투쟁의 시작이다.
사랑하는 사람아,
혹여 편지를 쓸일이 있으면 같이 보내 주라고......... 함께 있는 재소자가 쓴 시라고 건내 준 시다. 보는 것 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