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

선남 1 1,032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

 

 

한마디도 못하고

면회장에서 울기만 하다가 돌아간 사람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

같이 손잡고 돌아가야 할 길

눈물 뿌리며 돌아서는 포항 가는 길

 

밤이 깊을수록

더욱 눈부신 하얀 밤

열쇠 소리

철문 여닫는 소리

순찰 도는 교도관의 구둣발 소리가

무겁게 복도를 울리고

가슴을 내리찍는 소리가 된다.

 

!

미치게 그립고 사랑하는 사람아

당신에게만큼은 내가 죄인이다

이 몹쓸 세상에

노동자로 태어난 것이

몸부림치고 발부둥친 것이

인간으로 일어서고 싶었던

그 징그러운 세월이

그것이 죄인이다.

당신 앞에,

 

보는 것만으로도 슬픔이 되는 사람아

보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되는 사람아

이제 그 먼 길

다시는 오지 마라

눈물 뿌리며 돌아서

외롭게 가야 할 길

이제는 오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아

 

감옥 문이 열리고

덩실 어깨춤 절로 나는

노동자에게도 한 번 희망을 가져 볼

그날이 오면

당신을 업고서라도

돌아갈 그날까지는

기다림은 또다시 투쟁의 시작이다.

사랑하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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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지금 생각해도 가혹했다. 국가기관산업인 포스코 본사가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에게 점거 농성당했다는 것에 대한 보복치고는 너무 가혹하고 혹독했다. 실형을 선고 받고 그의 아내는 재판이 끝나고 면회를 와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리다 돌아갔다. 면회대기실에서 포항 건설 노동자를 만났고 그가 하는 이야기, 그 아픔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리고 그날밤 눈물로 써 시 한편을 포항 그노동자에게 건네주었다.
  혹여 편지를 쓸일이 있으면 같이 보내 주라고......... 함께 있는 재소자가 쓴 시라고 건내 준 시다. 보는 것 만으로도 슬픔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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