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은행잎 하나
경주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길
기림사 은행나무 숲이 곱게 물들어
손끝에 닿아 저려오는 기억들
그 가을 은행나무 숲은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몰래 한 사랑
숨겨둔 은밀한 밀어(密語)는
또 다른 시련이었다.
수배자를 사랑한 여인
동구의 몰락과 혼란에도
미련한 사내는 공단 주변을 어슬렁거렸고
공사판을 전전했다.
그해 가을
기림사 은행나무 숲은
사랑으로 물들고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들의 밀어(密語)는
가슴 아린 눈물에 젖고 있다.
하늘도 가로막을 듯 높은 교도소 담장 안
운동장에 한 그루뿐인 은행나무는
겨울비에 젖어 그 잎을 모두 떨구어 냈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듯
아픈 사랑으로 책갈피에 끼워둔다.
은행잎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