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은행잎 하나

선남 1 1,183

은행잎 하나

 

경주에서 감포로 넘어가는 길

기림사 은행나무 숲이 곱게 물들어

손끝에 닿아 저려오는 기억들

그 가을 은행나무 숲은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몰래 한 사랑

숨겨둔 은밀한 밀어(密語)

또 다른 시련이었다.

수배자를 사랑한 여인

동구의 몰락과 혼란에도

미련한 사내는 공단 주변을 어슬렁거렸고

공사판을 전전했다.

 

그해 가을

기림사 은행나무 숲은

사랑으로 물들고

아직도 진행 중인 우리들의 밀어(密語)

가슴 아린 눈물에 젖고 있다.

 

하늘도 가로막을 듯 높은 교도소 담장 안

운동장에 한 그루뿐인 은행나무는

겨울비에 젖어 그 잎을 모두 떨구어 냈다.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약속하듯

아픈 사랑으로 책갈피에 끼워둔다.

은행잎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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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경주 감포로 가는 길목에 기림사 절의 은행나무는 수백년 묵은 나무로 노랗게 물든 정경은 전국에서도 유명하다. 아름들이 나무에 그 빛깔 역시 곱기로 유명하다 반면 대구 화원교도소 재소자 운동장에서 볼품없는 은행나무가 있다. 비가 내리고 난 다음날 운동자에 나갔다가 은행잎을 하나 주웠다. 은행잎을 보는 순간 그 오랜 시간을 뒤로 일이 기억났다. 몰래한 사랑이었다. 수배자의 몸으로 들어 내 놓고 연애질을 한다는 것이 어렵기도 했고 아주 먼발치에 보기만 했는데 그해 가을은 결혼하기 전 아내와 기림사를 간 적이 있었다. 은행잎을 하나 주워 책 갈피에 넣고 이 시와 함게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다. 얼마나 위로가 될지는 몰라도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것이 내 도리 인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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