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나는 돌아가야 한다.
투쟁에서 패배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보다
노동과 생산에서 멀어져 버린, 관성에 젖어버린 몸이며
노동과 생산의 직접적인 불꽃이 이는 현장에서 멀어진
발길을 탓하고 질책한다.
진실로 내가 나를 질책하는 것은
노동으로부터 멀어진 내 발길이다.
노동이야말로 그것도 육체적인 노동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관성과 타성에 젖어버린 나를 씻어낸다.
평가와 비판이 동지의 발목을 잡고
벽돌 한 장, 톱질 한번 해 보지 않은 평론가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것도 없다 하지만,
행정 관료처럼 마비된 그들 앞에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20년, 30년 노동 속에 청춘을 다 바치고
투쟁으로 일어난 동지들 앞에 진실로 부끄럽고 두려울 뿐이다.
계급의식은 낡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함성 속에 있었고
야만적인 경찰의 살인적인 진압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 속에 있었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나를 키워 낸 내 아버지의 노동 그 현장으로,
나는 돌아가야 한다.
나를 키워 낸 내 어머니의 눈물 속으로,
돌아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나는 나의 노동과 동료들의 노동이 어우러진 현장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우리의 꿈을 되찾고,
빼앗긴 자들의 노래를 낮은 소리로 함께 부르리라.
이 시는 직접적인 나에 대한 성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