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나는 돌아가야 한다.

선남 1 989

나는 돌아가야 한다

 

 

투쟁에서 패배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보다

노동과 생산에서 멀어져 버린, 관성에 젖어버린 몸이며

노동과 생산의 직접적인 불꽃이 이는 현장에서 멀어진

발길을 탓하고 질책한다.

 

진실로 내가 나를 질책하는 것은

노동으로부터 멀어진 내 발길이다.

노동이야말로 그것도 육체적인 노동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게 관성과 타성에 젖어버린 나를 씻어낸다.

 

평가와 비판이 동지의 발목을 잡고

벽돌 한 장, 톱질 한번 해 보지 않은 평론가의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것도 없다 하지만,

행정 관료처럼 마비된 그들 앞에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20, 30년 노동 속에 청춘을 다 바치고

투쟁으로 일어난 동지들 앞에 진실로 부끄럽고 두려울 뿐이다.

계급의식은 낡은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함성 속에 있었고

야만적인 경찰의 살인적인 진압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투쟁 속에 있었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나를 키워 낸 내 아버지의 노동 그 현장으로,

나는 돌아가야 한다.

나를 키워 낸 내 어머니의 눈물 속으로,

돌아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며

나는 나의 노동과 동료들의 노동이 어우러진 현장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우리의 꿈을 되찾고,

빼앗긴 자들의 노래를 낮은 소리로 함께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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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현장 중심성을 강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멀어진 내 몸, 내 노동에 대한 성찰을 한다. 현장이 아닌 사무실이라고 해도 그 노동은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활동으로 보내지만 현장에서 대한 부족한 인식이 몸이 먼저 알아버린다. 이때 이미 현장 목수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해왔다. 현장을 떠나 그 어떤 이론도 믿지 못하는 이론이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시는 직접적인 나에 대한 성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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