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마지막 소주 잔을 올린다.
파티마 병원 영안실 산발한 늙은 노모는
사람이 들어설 때마다 막혔던 울음이 터지고
계약직 안전 대리는 죄인처럼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해결사처럼 본사에서 내려온 총무부장은
회사의 입장에서 유족과 죽음을 흥정할 터,
공사판 일이란 게 그렇듯이 일을 찾아 떠돌고
목수일 몇 년만 해도 친구도 멀어지고
가까운 이웃도 없다. 그래서일까,
저녁 아홉 시가 넘어서면서 문상객도 뜸하다.
밤을 새워 김 씨 마지막 가는 길, 지켜보자고 모여 앉아
병원 영안실 어린 상주 앞에서
화투패 돌리기도 민망하다.
병원 뒤, 평화시장 똥집 골목에
소주잔을 돌린다.
내일 아침 화장터까지는 가자고,
김 씨의 죽음을 아쉬워
모두들 죄인이 되어 한 마디씩 거든다.
순간적인 사고라고 하지만 안전시설만 되었어도......
김 씨의 핏자국도 마르지 않았는데
일하라는 원청회사 소장 놈은 인간도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형사 처벌은 안전 박 대리 선에서 끝낸다고 한다.
죽은 놈만 불쌍하다고 비워둔 빈자리 하나,
죽은 김 씨의 잔에 소주를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