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숲은 생명의 모성이다
해가 떨어지고
인간의 나약한 의지는 어둠에 쓰러지고
내 나약한 육신도 어둠에 묻히고 싶었다.
유서 따위야 무엇이 중요하랴
살아 있어도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나날
젊은 날, 그 한때의 꿈도 접고
젊은 날, 그 불타는 사랑도 사그라들고
우울한 자화상은 한 시절을 살아낸
삶의 흔적, 상처만 남겼다
절망은 희망의 또 다른 표현인가
꺾인 가지 옆에 새순이 돋고
상처 속에 새 살이 차오를 때까지
상처는 희망을 키워내는 모성(母性)인지도 모른다.
상처 입은 새들은 숲으로 들어간다.
낳아 주고 키워낸 숲에서 상처를 치유한다.
숲은 생명의 모성이다.
새들에게 마지막 날개를 접는 무덤이고
푸른 하늘을 날아오르는 힘찬 날갯짓이다.
거친 현장 억센 팔뚝질로 숲을 이루는 곳
그곳에 꺾인 날개를 부려 놓아야겠다.
일하고
싸우고
사랑하다
죽어가는 곳
숲은 생명의 모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