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겨울 산을 오르며 봄의 들을 본다.

선남 0 1,100


겨울 산을 오르며 봄의 들을 본다.

잘려나간 산허리에 거대한 철탑이 들어섰다.

능선을 타고 붉게 타오르던 철쭉밭에

쇠말뚝을 박고, 콘크리트 돌무덤위에

거대한 철탑이 들어섰다.

 

경찰들에게 수도 없이 끌려나오면서도

막아섰던 길목에 철조망을 치고

평생을 오르고 오르던 산

밤나무를 심고 대추나무를 심으며

젊은 날 아득한 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오르던 산

 

산 능선을 따라 철탑이 들어선다.

피와 눈물과 한숨과 탄식을 짓밟고

철탑이 들어선다.

날이 흐린날 쑤셔오는 관절보다 먼저

굉음을 지르며 지나갈 765 송전탑이 들어선다.

 

봄이 와도 얼어붙어버린 겨울 산

겨울 산을 오른다.

봄이 오려나,

봄이 오는 들을 본다.

잘려나간 밑둥에도 새움이 돋고

콩도 심고 감자도 심고 풋성귀도 가꿔야 하는데

 

꽃이 피고 눈이 내리던 계절이 몇 번을 오갔지만

멈추지 않은 할매들의 몸짓에,

항상 봄꽃의 희망이 있다.

봄은 포기 하지 않았던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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