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하방

선남 1 983

하방

 

 

나는 나의 사랑이 위선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길을 떠나야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다시 한 번 깃발이 되어 서지 못한다 해도

나를 버리고, 현장에 뿌리를 내리는 일과

투쟁하는 것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님을,

머리만 아는 것이 아니라,

주둥아리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느껴질 때까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면서 느껴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그 모든 투쟁과 크고 작은 성과들까지

부질없는 것이 되고 만다.

가자.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섞어진다 해도

현장에서 내리는 뿌리는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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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
성찰과 반성 -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훌륭한 투쟁을 기획하고 실천했다 하더라도 이제 내 역활은 여기에서 끝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랬다. 나는 그래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면서 석방 이후에는 무엇을 할지 고민을 했다. 이미 집행부는 교체되었을 것이고 투쟁과정에서 크과 작은 상처들을 수습하면서 새롭게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머리만 아는 것이 아니라,
주둥아리로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느껴질 때까지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면서 느껴야 할 것이다.
만약 석방되면 나가서 현장에서 망치를 들고 못주머니를 차고 일을 하리라 결심했다. 현장을 조직하고 현장에서 바쳐 주는 일 그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하방이다. 현장으로 내려 가는 일이다. 다시 한 번 깃발이 되어 서지 못한다고 해도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그때 나는 이후 내 활동의 그림들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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