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다시 푸른 생명에게

선남 1 935

 

다시 푸른 생명에게

 

 

괜한 짓을 하였나 후회가 됩니다.

제 몸을 썩혀 뿌리를 내리고

그리움 단단히 움켜쥐지만

흙 한 줌 없이 얼마나 버틸지

안타까이 바라봅니다.

 

빛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올리는

그 그리움이 부질없는 눈물이 될까

가슴 졸여, 아침이면 깨어

가장 먼저 눈길을 줍니다.

 

사랑도 이렇게 떨려오는 그리움만 남기고

끝내 꽃이 피지 못할까

시들어버릴까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빛 한 줄기 없이도 흙 한 줌 없어도

갇힌 창살 속에서도 뜨거운 가슴에

생명을 틔워내고 봄을 알려 내는데

꽃을 피우지 못한들 꿈이야 꺾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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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
교도소에서 한 달에 두번쯤 돼지 곰탕이 배식되는데 부식으로 생마늘 몇 쪽과 됀장이 지급되었고, 생마늘에 싹을 틔우면 어떨까 하는 다소 엉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0.7평 돌무덤 같은 독방에서 또다른 생명을 바라보는 것은 희망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컵라면 빈 용기에 두루마리 휴지를 풀어 두텁게 깔고 촉촉하게 물을 뿌린뒤 생마늘 몇 쪽을 올려 놓았다. 잘못하다가는 곰팡이가 피고 섞을 수도 있겠지만 그 만큼 생명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있었다. 한 1주일 쯤 지나자 신기하게 싹이 돋기 시작했다. 꼼짝없이 갇힌 몸이라 마늘이 자라는 과정을 너무나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마늘 싹과 대화를 할 정도였다. 그냥 말을 걸기도 하고....... 푸른생명이 그 생명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표현이라면 다시 푸른 생명에게는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마늘 싹이 뿌리를 내리는데 흙도 아닌 물에 젖은 휴지를 움켜쥐고 살아 보겠다고 빛을 향해 팔을 벌리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 순간 생명은 누구에게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로 주체적이고 객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만 나와의 관계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새라면 창살 밖으로 날려 보냈을 것이다. 당시의 일기에도 그렇게 썼을 것이다.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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