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푸른생명

선남 1 802

 

푸른 생명

 

 

겨울과 여름밖에 없다는

감옥에서,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 입춘이다

입춘이 지나가도 푸른 빛 하나 없는

쇳소리와 두꺼운 콘크리트 벽

죽음의 돌무덤 같은 독방은

여전히 긴 침묵의 겨울이다.

봄을 불러와야겠어,

높은 교도소의 담장이나

날카로운 금속성의 마찰음

늙은 수인의 절망 같은 기침 소리도

막아설 수 없는

봄을 불러와야겠어,

남쪽 바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다랑논 겨울과 맞서,

거센 바닷바람 맞으며

새파랗게 싹을 틔워내던

마늘밭을 생각했어,

허기진 어머니의 눈물을,

부식으로 배급되는 생마늘 몇 쪽을

컵라면 빈 용기에 싹을 틔워야겠어.

돌무덤의 콘크리트 벽에 갇혀

체념하고 웅크린 가슴에

싹을 틔우는 거야, 푸른 생명이지

살아 있는 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끼리 부대끼며

푸른 생명을 호흡하는 거야

뜨거운 가슴으로 생명을 품어내는 거야

기어이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겨울을 이겨내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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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2007년 구속노동자 후원회 옥중 서간집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던 시다. 당시에 대구가 33명 구속, 포항건설노조가 100여명이 입건되는 큰 건설노동조합 역사에서 큰 투쟁이었다. 수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구속되었고 노조는 와해 지경으로 공안에 집중탄압을 받았다. 집행부는 붕괴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섰지만 투쟁의 주체들은 깜깜한 절망같은 감옥에 있어야 했다. 그때 당시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전국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쟁을 하자고 했지만 원칙을 지키는 노조는 투쟁에 나섰다가 집중 포화를 맞고 살아 남은 집행부는 투쟁을 기피했다.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 그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버텨야 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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