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푸른 생명
겨울과 여름밖에 없다는
감옥에서,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봄, 입춘이다
입춘이 지나가도 푸른 빛 하나 없는
쇳소리와 두꺼운 콘크리트 벽
죽음의 돌무덤 같은 독방은
여전히 긴 침묵의 겨울이다.
봄을 불러와야겠어,
높은 교도소의 담장이나
날카로운 금속성의 마찰음
늙은 수인의 절망 같은 기침 소리도
막아설 수 없는
봄을 불러와야겠어,
남쪽 바다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다랑논 겨울과 맞서,
거센 바닷바람 맞으며
새파랗게 싹을 틔워내던
마늘밭을 생각했어,
허기진 어머니의 눈물을,
부식으로 배급되는 생마늘 몇 쪽을
컵라면 빈 용기에 싹을 틔워야겠어.
돌무덤의 콘크리트 벽에 갇혀
체념하고 웅크린 가슴에
싹을 틔우는 거야, 푸른 생명이지
살아 있는 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끼리 부대끼며
푸른 생명을 호흡하는 거야
뜨거운 가슴으로 생명을 품어내는 거야
기어이 오랜 침묵을 깨뜨리고
겨울을 이겨내는 것이지.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 그 절망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버텨야 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