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겨울에 쓴 편지
달빛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고
무서워 짖던 순하기만 했던 누렁이처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
겨우내 편지를 보냈다.
몇 년 만에 처음 연락하는 사람도 있었고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도 있었다.
편지의 내용도 대부분 안부 편지였고
밑도 끝도 없는 선문답 같은 글귀들이었다.
딱히 답장을 기다리는 편지도 아니었다.
주소를 쓰고 우표까지 붙여 놓고도
끝내 보내지 못한 편지도 있었다.
긴 겨울밤 그렇게 편지를 쓴 것은
누군가에게 보내기보다는
외롭고 쓸쓸한 마음을 이겨내려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그림자를 보고 무서워했던
어리숙한 누렁이처럼
내 어리숙한 마음에
그리움의 달빛이 어리기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