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침묵의 시간

선남 3 1,208

 

침묵의 시간

 

 

선방에 앉아 좌선 하듯

고요를 느낀다.

풍경(風磬)

바람이 지나간 길을 알려주듯

바람이 부는 건가, 어깨가 시리다.

 

새벽,

바람이 우는 소리보다

정해진 시간을 따라 순찰하는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만

정지된 침묵의 시간을 푸는 열쇠가 된다.

속세의 미련을 끊어내듯

애처로운 사랑도,

뜨거웠던 거리의 목마름도 잊어야겠어.

 

이 밤,

누군가를 부르는 저 신음소리

저 기침 소리는

누구의 신열인가

무슨 애끓는 사연이 저다지 아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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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겨울, 독방에서 잠을 자다가 선잠을 깼다. 시간을 알 수 없지만 교도관이 순찰하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대충 몇시쯤인가 가늠하게 된다. 아마 새벽 두시쯤 아님 새시쯤 교도관이 교대를 할때는 4시쯤이 된다. 늙은 수인의 심한 기침소리가 들린다. 잠을 깼는데 정신이 너무 총명하다. 수인이 어떤 죄를 짓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도 애처로운 사랑이 있지 않았겠는가? 나는 그 시간 뜨거웠던 거리의 목마름이 기억났다. 수천의 조합원을 이끌고 대구시내를 휘젓고 다니며 건설 노동자도 인간이다고 외쳤던 최초의 총파업투쟁...... 아마 해방 이후 한 도시를 마비시키며 일으킨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최초의 파업 투쟁이었을 것이다. 그 기억이 감옥에서도 잊혀지지 않았다.
이미 실형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하고 있는 중이라, 석방되리라고 기대도하지 않았고 체념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해방글터
겨울 독방, 참 춥지요. 페트병에 담아주는 뜨거운 물이 있어야 그 추운 밤을 나는데, 그 와중에 사기꾼이 그 물을 두통이나 받아다 화장실에서 목간을 해 버렸네요. 물이 모자라니까 조폭하고 약쟁이가 죽인다고 목이 터지도록 소리를 지르는데 한마디도 안지고 댓거리하던 늙은 사기꾼. 얇은 여름 수의를 입고 철창을 너머보며 시린 맨발을 부비면서도 뜨거운 물을 타가지 않던 더벅머리 도둑의 풍경이 새삼스럽네요.
선남
그러지 감옥도 사람 사는 곳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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