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겨울 강가에서
바람이 분다.
마른 풀잎 위로
마지막 잎새가 떨어진 감나무
그 마른 가지 사이로 바람이 분다.
푸른 달이 구름을 비켜가고, 늦은 밤
강둑에 앉아 당신을 기다렸다.
어쩌자고 나를 사랑했던가.
가난한 시인을
먹고 사는 일이 곤궁하고
피를 말리듯 영혼을 태우는
격정의 한 시대를 절망의 몸짓만 남긴 채
겨울 강가에서 당신을 기다렸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는 당신의
고단한 하루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으로도
겨울나무는 속울음을 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고
젖은 눈으로 그저 바라볼 뿐이다.
강바람이 차다.
겨울 강가에서 당신을 기다렸다.
그해 겨울
그 무수한 그해 겨울 시인은 여전히 그의 아내에게 못할짓을 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