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겨울 강가에서

선남 3 1,427

 

겨울 강가에서

 

 

바람이 분다.

마른 풀잎 위로

마지막 잎새가 떨어진 감나무

그 마른 가지 사이로 바람이 분다.

푸른 달이 구름을 비켜가고, 늦은 밤

강둑에 앉아 당신을 기다렸다.

 

어쩌자고 나를 사랑했던가.

가난한 시인을

먹고 사는 일이 곤궁하고

피를 말리듯 영혼을 태우는

격정의 한 시대를 절망의 몸짓만 남긴 채

겨울 강가에서 당신을 기다렸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는 당신의

고단한 하루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으로도

겨울나무는 속울음을 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도 못하고

젖은 눈으로 그저 바라볼 뿐이다.

강바람이 차다.

겨울 강가에서 당신을 기다렸다.

 

그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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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이 시를 쓸때는 경북 성주군 선남면 낙동강변에 살 때였는데, 간호사인 아내가 오후근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 위험하다고 나가 기다렸는것 같은데 필시 무슨 잘못을 해서 아내를 위로 해 줄려고 시를 썼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를 다시 보면서 행구분을 다시 해 본다. 행구분을 하는 것은 여유와 호흡을 위해 행구분을 했는데...... 처음 시는 행구분 없이 시를 썼지만 지금 읽어 보니까 여백이 필요하고 호흡과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 무수한 그해 겨울 시인은 여전히 그의 아내에게 못할짓을 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해방글터
ㅋㅋㅋ "필시 무슨 잘못을 해서 "
선남
그렇겠지 필시 큰 잘못을 해서 나가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 그리고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시를 썼을테고, 아내는 됐다고 억정을 부리면서도 화를 서서히 풀었을테고 그런데 그 일이 무슨 일인지는 몰라 너무 오랜 시간의 기억이라 한 20년전 일이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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