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무릎을 꿇는다
내가 상처입고
온 밤을 고통스럽게 신음하기 전에
나는 몰랐다. 내가 어느 누군가에게
준 상처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사랑에 목말라하고
그리움에 애를 태우기 전에 나는 몰랐다
이 밤도 잠들지 못하는 어느 누군가의 가슴 한켠에
그리움으로 남아 그를 외롭게 한다는 것을
눈물을 떨구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 일이다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또,
외로워 밤새 뒤척이던 모든 일들 앞에
나는 무릎을 꿇는다.
비겁한 사랑을,
나를 죽이지 못한 미지근한 투쟁을,
남겨둔 미련을,
아! 무릎을 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