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고작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이

선남 0 816

고작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이

 

 

 

 

 쇠파이프가 아니다, 고작 쇠파이프로
 고작 원청업체 관리자만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임금을 떼먹고 달아난 오야지가,
전문업체 사장 몇 놈이 아니다
 고작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 나온 젊은 전투경찰
 상대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으로는
 무엇이 해결되겠는가?

 

고작 하소연이나 하고, 면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도로를 막고, 시청을 점거하고
 층층이 방패막이로 세워둔 다단계 하도급의 구조를
 언론사를 엎어버리고, 국회의원 놈을 끌어내어
8월의 뙤약볕에서 일을 하게 만들고, 일을 하다
 옆의 동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면서
 우리들의 어떻게 죽어가고, 살아가는지 겪어보게 하지 않고는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건설 물량이 줄어들었다고, 실업자로 내 몰려야 하고
 일당이 팍팍 줄어들고, 줄어든 일당에 아귀다툼을 하듯
 생살 뜯어먹듯, 강제 도급과 돈내기에 내몰려 일을 하고
 죽도록 일을 하고도 떼인 임금 도급 노동자라고 노동청에서
 외면하는 현실,
떼인 몇 푼의 인금을 받겠다고 수십 미터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발가벗고 똥물을 뒤집어 서야 했던
 생지옥의 건설 현장에서 죽지 못해  살아왔던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이 고작 쇠파이프뿐이겠는가?

 

그러나 우리에게도
 사랑해야 할 사람이 있고
 된장찌개 끓여 놓고 기다리는 저녁시간
 그리움이 있어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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