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24시간 굴국밥 집

해방글터 0 1,096

 


9시 수업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
춥고 지친 몸은 밥을 먹는 것도 싫고
그냥, 따뜻한 아랫목에 쓰러져 잠들었으면 싶었다
내일이 없다면 그냥 쓰러졌으면 좋겠다

손가락 발가락도 굳어지는 몸은
24시간 굴국밥 집에 늦은 저녁 먹으러 들어간다.
시간이 꽤 늦었는데 술손님보다
늦은 저녁을 먹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나도 그렇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저녁도 못 먹고
아, 사는 것이 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
뒤따라 들어서는 손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차가운 안경알이 금세 성애로 앞이 안 보인다고,......
손님은 주문보다 먼저 자기가 가져온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고
국밥에 따로 공기 밥 한 그릇을 더 주문하고
무엇엔가 쫓기는 사람처럼
창밖을 연신 내다보면서 급하게 밥을 먹는다.

추운 겨울밤 퇴근길 손님들 태워주고
늦은 저녁을 먹는 택시 기사다
그가 왜 그렇게 밥을 급하게 먹는지
밥을 먹으면 왜 그렇게 창밖을 자주 보는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가는지
24시간 굴 국밥집 손님들은 관심이 없다.
자신들도 무엇엔가 쫓기고
자신들도 지치고 허기진 몸을 위해

늦은 시간 국밥 한 그릇으로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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