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존재와 공존의 시간
눈이 내렸고
갑자기 기온이 내려갔다
마누라도, 자식도 없이 혼자 사는데...
아파도 아프다. 소리 않고
어디 하루 일 갔다 오는 날이면
마치 황소라도 한 마리 잡아 온 양
떠벌리던 김 씨가 이틀째 소식이 없다고
실비 식당 이모는 걱정이다.
늘 오던 사람이 오지 않으면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일하다 다친 것은 아닌지
어디 마음 줄 데 없어
한 곳에 머물지 못하던 김 씨는 외로워했고
거친 말 주고받아도 허물이 되지 않았다.
잔술 한잔을 팔면서도
삶을 들여다보고
그 삶에 녹아드는 새벽시장 상인들
장부도 없이 외상을 달아도
미친놈, 말은 거칠어도
손끝은 인심이 후한
공존의 시간 앞에
나는 부끄럽다.
베풂과 나눔이 아니라
존재와 공존의 시간이
불꽃처럼 일렁인다
눈이 내렸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새벽장에 사람이 별로 없다. 실비식당 3천원짜리 공나물 국밥, 막걸리 한 병에 2천원 콩나물 국물에 밥 한 술 넣어 준다. 막걸리 해장 한 잔이 아침식사다. 식당 밖에 커피를 파는 장작에 불꽃이 일고, 달성공원 앞에 늙은 노동자들을 위한 무언가를 하겠다는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실비식당 이모는 김씨가 이틀째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이다. 썩을 놈 어디에서 돼졌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에 나타나 헛소리를 보태고 가던 김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3천원짜리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을 다 먹을 동안 몇 사람이 더 들어왔고 오는 사람마다 김 씨 못 봤냐고 묻는다. 새벽상인과, 손님은 상인과 손님의 관계가 아니라, 존재와 공존의 관계인 것을 느낀다.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밖에 나와서 5백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장작불에 언 몸을 녹이며 내 귀는 이들의 대화에 채널을 맞춘다. 우리들의 일상의 언어들이다.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