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쓸쓸하게 사라져 간다

선남 1 1,336

​쓸쓸하게 사라져 간다

모터에서 불어넣는 바람에 따라
온몸 흔드는 광고풍선은 지치지도 않지만
동력전달장치를 끄고 스위치를 내리고
창고에 보관되는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다.

사용 종료된 뒤에
필요에 따라 다시 사용될 때까지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임시 노동

시설관리업체가 교체되고
하청업체가 문을 닫고
사용종료 통지를 받는 순간
전원을 뽑힌 고무풍선처럼
모든 것이 정지된다.

임시 노동은 멈춰버리고
미라처럼 말라가는 노동의 시간은
유령처럼 도시를 떠돌다가
인력 사무소에 하루 품을 팔아도
주머니는 말라가고
외로운 싸움을 끝내고도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끝내 불러주지 않는 노동은
쓸쓸하게 끝내 사라졌다.
작동이 멈춘 고무풍선처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한 고시텔에서 미라처럼 말라가고 있는 주검이 발견됐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중순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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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 시작노트 ----------------------
이 상구, 그의 죽음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냥 비참한 죽음이 아니라, 우리시대의 임시노동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마지막 연을 신문기사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은 사건의 진실성을 말하는 한편, 그 죽음의 쓸쓸함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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