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전선에서 노래를

선남 1 1,309

​                                          전선에서 노래를
 

그들의 노래는 비장하지 않았다.
그들의 몸놀림은 가벼웠으며,
그들의 노래 소리는 경쾌했다.

명령하는 사람도, 지시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물러나지 않았고 타협하지도 않았다
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겨우 오 분 만에 제압당했지만
그들은 그들의 싸움을 비관하지도 않았으며 포기하지도 않았다.

번번이 경찰들에 의해 해산당하거나 끌려 나왔지만
어김없이 그들은 다시 모였고
혹여,
누군가 자리를 비워도 비난하거나
힐난하지 않았으며

전선에서 노래를 부르고
노래를 부르며 더 많은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노래는 평화를 노래하고 별을 노래하고
희망을 노래하고,
승리를 낙관하고 있었다.

경직되지 않은 몸짓은 부드럽고, 유연했다.
경직된 구호 소리보다, 박수와 노래로 자신들의 요구를 정리하고
장엄하고 비장한 결의문 따위는 낭송하지 않았다.
손에 손을 맞잡고 조용한 저음의 노래를 부르고
젖은 그들의 눈빛은 동화전 마을의 별빛보다 빛나고 있었고.
보라마을 논길을 비추는 달빛은 은은하고,
밀양강 흐르는 물결은 유유히 흐르고,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평화롭게 강물이 흐르듯이
그들의 마을을
들녘을
지키고 싶었다.

해질녘 땅거미가 지는 들판에서
멀리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고향을 지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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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 시작 노트  -----------------------
 2년 전 오늘 밀양 현장에서 쓴 詩입니다. 동화전마을에서 밤을 새우면 쓴 시데, 그 투쟁을 이끌어 왔던 힘이 어디 있었을까? 연대자들과 함께 하는 그들의 투쟁은 맑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중하거나, 무겁지 않았지만 치열하고 끈질긴 투쟁이었다. 할매들이 경찰들과 한전놈과 붙여봐야 힘으로나 뭐나 되는 싸움이 아니었다.
  연대투쟁을 이끌고 있는 너른마을분들이 "어린이 책시민연대"의 여성분들은 동네분들과 융화되어 가고 있었고 자연스럽웠던 기억이 난다. 그 투쟁을 겨우 하루 밤을 새우면서 내가 느낀 것이 오히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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