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잃어버린 하루의 명상

선남 1 1,251

​                        잃어버린 하루의 명상

 

비가 오는 것도,
눈이 내린 것도 아닌데
잘 달리던 도로에서 기아가 망가져
갑자기 차가 멈춰 선 것도 아닌데

어디로 가야 할지,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방향을 잃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매일같이 옮겨 다니는 현장도
하다 멈춘 일거리도 어디서부터 다시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었다.

깜깜한 어둠이 걷혀도 밝아지지 않는 흐린 날씨에
눈이라도 한바탕 내리려나,
도착한 현장에 어둠은 깊고 일거리는 없다.
오던 길 되돌아가려고 해도
어디 아는 사람 전화번호라도 누를까

갑자기,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
잃어버린 하루,
방향마저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끝내지 못한 자식 교육과,
마련되지 않은 노후, 눈을 뜨면 가야 했던 일터

누가 나를 불러 주면 좋겠다.
김씨 어디가 거기가 아니라 여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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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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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으로 일 해본 사람이라면 얼마나 막막한 일인지 않다. 태양이야 내일도 솟아 오르겠지만, 하루 일 찾아 현장에 도착했으나, 할 일이 없다. 차라리 일이 없어 하루 집에서 쉬고 있었다면 다른 계획이라도 세워보겠는데 현장에 도착해서야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말만 미않하다고 하고 국밥이나 한 그릇하고 가라는 오야지의 말에 억장이 무너진다. 이렇게 살았다, 이렇게 평생을 살았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하루 일당이라도 무러내라고 땡깡이라도 피워 보겠지만 그럴처지가 되지 못하다보면 답답하다. 갑자기 어디 갈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하루 놀만한 곳도 없다.

하늘이 말리는 일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한달이 계획이 서 있고 한 달 들어가야 할 돈이 있다. 한 달에 며칠은 일을 해야 한다는 계획도 서 있는데 이렇게 빵구가 나면 답답해 진다. 이렇게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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