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봉선화

선남 1 1,218

                                봉선화

 

 

 

경북 왜관읍 석적리

지나는 차량마저 뜸한 공장에

조선족 처녀 몇, 일하고 있었다

모든 언어는 차단되고

일주일에 두어 번 부자재 회수를 위해 들르는

운전기사의 눈빛에

바깥세상의 노래가 묻혀 오고

 

울밑에 선 봉선화야.......

흥얼거리는 콧노래 가락에

두고 온 하늘 저 끝 그리움이 묻어나고

말없이 건네 봉선화 씨앗

그리움으로 공장 담벼락에 묻어 두었다

 

지독한 가뭄 끝에 말라죽었으리라

기억마저 잊혀진 아주 오랜 이야기

잊혀져 버렸던 노랫말들이

그해 여름 진분홍 꽃을 피웠다

공장 담벼락 밑 흙 한 줌 움켜쥐고

말라 시들어 가면서 겨우 몇 닢

그리움을 피워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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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
15년전, 2000년에 쓴 시다. 짧은 기간 2.5t 트럭기사로 일을 한 적이 있다. 섬유공장에 원사를 포장했던 스티로폼을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섬유공장에서 본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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