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 / 1966년생 / 목수
봉선화
경북 왜관읍 석적리
지나는 차량마저 뜸한 공장에
조선족 처녀 몇, 일하고 있었다
모든 언어는 차단되고
일주일에 두어 번 부자재 회수를 위해 들르는
운전기사의 눈빛에
바깥세상의 노래가 묻혀 오고
울밑에 선 봉선화야.......
흥얼거리는 콧노래 가락에
두고 온 하늘 저 끝 그리움이 묻어나고
말없이 건네 봉선화 씨앗
그리움으로 공장 담벼락에 묻어 두었다
지독한 가뭄 끝에 말라죽었으리라
기억마저 잊혀진 아주 오랜 이야기
잊혀져 버렸던 노랫말들이
그해 여름 진분홍 꽃을 피웠다
공장 담벼락 밑 흙 한 줌 움켜쥐고
말라 시들어 가면서 겨우 몇 닢
그리움을 피워 올렸다.